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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좋아서/소설

책 추천 <복자에게>

by 김보이 202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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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책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김금희 작가의 장편 소설 <복자에게> 책 추천

안녕하세요. 핸수입니다.

김금희 작가님은 올해 2020년 김승옥 문학상 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신 소설가입니다. 김금희 첫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 다음 장편소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올해 9월 신작 <복자에게>가 나왔습니다. 애인이 책을 선물해줬습니다.

선물하기 좋은 책 추천

요즘 한국소설들 표지가 엄청 예뻐요.

 

고고리섬으로 전학을 간 건 1999년이었다. (7)

 

책의 첫 문장입니다. 장소가 참신합니다. 제주도 아래에 위치한 작은 섬, 고고리섬이 배경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섬은 아니고요.)

 

 

옛날 섬에서는 아이들의 사망률이 높았다고. 죽을 이유는 얼마든지 많지 않겠니, 그 어리고 여린 것들이 말이야. 제주에는 아예 그렇게 가여운 애기들을 가리키는 설룬애기라는 말이 있고 서럽고 불쌍한 엄마를 가리키는 설룬어멍이라는 말도 있다. 슬픔이 반복되면 그렇게 말로 남는 거야. (18)

책에는 제주 사투리가 많이 나와요. 제주도는 섬이라 그런지 표준어와 차이가 많이 납니다. 설룬애기, 설룬어멍 같은 단어도 있네요. 슬픔이 반복되면 말로 남는다...이 책 <복자에게> 역시 어디에선가 반복되고 있을 슬픔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해서 함께 걷기 시작한 그애와 내가 그날의 해변길에 있다. 한번 불어오면 나를 통과하며 저절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을 써서 내가 찢고 나가야 하는 듯 느껴지는 거센 바닷바람 속에, 해야 하는 인사를 하지 않은 데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며 앞장서 가는 그애의 뒷모습 속에, 방파제의 갯강구들을 밧줄로 괜히 훑어 바다로 빠뜨리며 걷는 그애의 전진 속에, 그해 그 섬에서의 시작이 있었다. (21)

 

 

글이 정말 좋지 않나요? 읽고 있으면 명상을 한 시간 하고 난 것처럼 기분이 차분해지는 문장들.

 

 

서른 살이란 이십대의 형형한 에너지가 약간 순화되었을 뿐 여전한 활기와 발산을 간직한 때가 아닐까. 마치 새잎과 꽃의 계절인 봄을 보내고 본격적인 성장의 시간을 맞은 초여름의 식물들처럼. 하지만 고모는 정물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화분 속 식물처럼. 나름의 푸름으로 자족하지만 외롭고 단조롭고 분명한 고립이 있는. (29)

 

Wow...글을 어떻게 이렇게 쓰죠? 화분 속 식물, 그러네요. 얼마 전에 서울식물원에 다녀왔는데 식물원 내부에는 열대우림처럼 여러 커다란 식물이 어우러져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출구로 나와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니 작은 화분에 작은 식물 하나씩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이 책과 함께 전작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도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복자에게>에서 좋았던 문장 포스팅으로 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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