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 좋아서/소설

프란츠 카프카 <소송>을 읽다가

by 김보이 2020. 9. 27.
반응형

저는 소설을 보는 눈이 높지 않습니다.

 

유명한 고전이나 노벨문학상, 맨부커상 수상 작품을 읽어도 이게 왜 그렇게 대단한 작품인지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미국 작가들이 뽑은 역대 최고의 소설이 <안나 카레니나>라는데, 이 책도 저는 지루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러면서도 그냥 읽어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소설을 보는 눈이 번쩍하고 떠지기를 기대하면서요.

 

이런 저도 재미있게 읽은 고전들이 몇 편 있습니다. <노인과 바다><죄와 벌>이 그랬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카프카의 <소송>도 재미있습니다.

이야기가 참신하고 독특하면서도 깊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머리가 띵해질 정도의 감동을 받거나 소설의 함축된 의미를 제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살면서 가장 깊게 빠졌던 취미가 스트릿댄스 장르 중 하나인 팝핀인데요. 팝핀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지금 소설을 읽을 때와 비슷했어요. 저 사람 춤은 내가 보기에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유명한거지? 댄서가 저 동작을 했을 때 왜 옆에 있는 댄서들이 다 같이 환호하는거지? 대체 뭐가 잘하는 거고 뭐가 못하는 거지?

 

매일 춤을 추면서 2년이 지날 때까지도 뭐가 잘하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확 보이기 시작했어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댄서들은 완전히 다르다는 게 보였습니다. 춤을 이해하고 난 후에는 춤 영상을 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 한 시간 정도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저는 어떤 예술작품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머리가 흔들릴 정도의 감동을 받을 때의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아이유나 악동뮤지션 노래를 들을 때도 종종 이런 느낌을 받고, Codfish의 비트박스를 들을 때, 알랭 드 보통과 최은영 작가의 책을 읽을 때도 이런 느낌을 받습니다. 심지어 스티브 잡스의 첫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을 봐도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잡스의 발표는 거의 예술이었어요.

 

제 친구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친구가 부러웠어요. 저도 그만큼 예민한 센서가 되고 싶었습니다.

 

고전 소설에서 큰 감동을 받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책만 읽을 게 아니라 책을 해석해주는 책도 좀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박웅현 선생님이 여러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주신 <책은 도끼다>도 큰 도움이 됐었는데요. 비슷한 책을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