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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좋아서/소설

책 선물하기 좋은 책

by 김보이 2020.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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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핸수입니다.

친구에게 책 선물로 주기 좋은 책 한 권을 추천드립니다.

김금희 작가 장편소설 <복자에게>인데요.

표지 디자인만으로도 책값 하는 책

주인공 이영초롱이 제주도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을 살던 이야기, 커서 다시 제주도로 돌아와 겪은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삶에서 겪은 여러 가지 어려움, 고민이 따뜻한 문장으로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미안함이 인다면 그것만은 간직하고 살아가렴. 미안함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니까. (66)

 

미안함이 인다는 표현이 좋네요. 실수를 했는데 제때 사과를 못해서 미안함을 간직하고 살아가야 할 때가 있죠.

 

 

말하기 싫은 날들이 시작된 건 그때부터였다. 입을 열어서 공기를 들이쉬고 혀를 움직여 어떤 소리라도 만들어내고 싶지가 않았다. 말은 모든 것을 앗아가버리니까. (79)

 

그런 실수, 한 순간의 말 실수로 관계가 어그러지기도 합니다. 말의 힘을 인지할수록 말을 더 조심하게 됩니다.

 

생선 가게 주인이 한 팔을 내밀거나, 선풍기 바람이 비닐봉지들을 펄럭일 때마다 매대에 내려앉았던 파리떼가 와하하 일어났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163)

와하하하하! 파리떼가 와하하 일어났다!

 

생선을 토막 내고 오징어를 손질하는 주인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 파리떼가 그의 유일한 아우라 같았다고 고모는 적었다. 오직 그것만이 토막 난 생선처럼 종결되지도 않고 차양 아래 오징어처럼 다 물러지지도 않은 채 생이 계속된다고 증언하는 듯했다. 그 비린 것에 달라붙는 파리떼처럼 칼과 도마와 고무장갑에 내려앉았다가도 공기 중으로 와락 떠오르며 우리도 산다고, 우리가 이렇게 구차하고 끈질기게 기꺼이 산다고. (163)

길을 걷다보면 초파리 떼가 공중에 둥둥 떠 있을 때가 있어요. 손으로 치면 잠시 흩어졌다가 금방 다시 모여서 떠다닙니다. 저는 초파리 떼를 부피는 있지만 자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불렀는데요. 우리의 삶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영초롱아, 저기 나무 보이니? 저게 새별오름에서 요즘 제일 유명한 나 홀로 나무. 사람들이 그렇게 사진을 찍어 올린다더라, 오세가. 왕따 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나홀로랑 왕따랑 느낌이 참 다르지? 어쩌면 그게 그거처럼도 느껴지고.”
그래, 그게 그거 같다. 자의냐, 타의냐의 차이일 뿐.”
근데 그러면 엄청난 차이 아니냐? 스스로 하는 것과 시켜서 하는 것.” (213)

 

자의, 타의의 차이. 같은 의미라도 딱딱하지 않게, 따뜻하게 풀어내는 김금희의 문장.

 

아래는 소설이 끝나고 작가의 말에 있는 문장입니다.

 

 

소설을 다쓰고 난 지금, 소설의 한 문장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실패를 미워했어, 라는 말을 선택하고 싶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그렇게 버텨내는 자들에게 기꺼이 복을 약속하지만 소설은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 이렇듯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김금희 작가의 <복자에게> 였습니다. <복자에게>의 다른 좋은 문장들을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2020/10/20 - [책이 좋아서/소설] - 책 추천 <복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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