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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좋아서/자연과학

사고의 본질, ‘엄마’라는 개념의 탄생

by 김보이 2020.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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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핸수입니다.

여러분은 엄마혹은 ‘어머니’ 라는 개념을 정의할 수 있으신가요? 조금 생각해보면 단어의 경계가 모호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친구의 어머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할 때의 어머니여왕개미는 개미들의 어머니 할 때도 엄마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어머니'의 뜻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표준국어대사전 '어머니' https://ko.dict.naver.com/#/entry/koko/ecf144730fb8428dad9eebbd3861dffd

 

이런 개념들은 우리 머릿속에서 어떻게 학습되는 걸까요? 오직 한 명의 엄마로부터 태어난 아기는 어떤 과정을 통해 엄마라는 개념을 더 넓은 개념으로 확장시키게 될까요? 이 질문에 대해 누구보다 깊게 파고들어 연구한 사람이 있습니다. 더글라스 호프스태터와 에마뉘엘 상데의 책 <사고의 본질>을 소개드립니다.

 

이 책에서는 비단 엄마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는 모든 개념이 어떤 과정으로 학습되는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상기시키는지, 때로는 그로부터 어떻게 대단한 아이디어가 탄생하는지 말합니다. 아주 구체적으로요. 우리가 ‘엄마’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떠올리는 과정과 원리적으로 동일하다고 말합니다.

 

그 원리는 바로 유추, 비슷한 것을 연결시켜 인지하는 능력입니다.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 아기의 머릿속에는 독립적인 한 명의 엄마만 존재합니다. 그것이 아기 입장에서 ‘엄마’개념의 전부입니다. 영어로 하면 mommy가 아니라 Mommy인 셈입니다. 고유명사라는 뜻에서요. 그러다가 아기는 ‘엄마’개념이 처음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사고의 본질 1_단어의 환기 중

 

열여덟 달 된 아기인 팀은 어느 날 공원에서 다른 아기가 모래 놀이를 하는 모습에 뒤이어 근처에서 어떤 어른이 그 아기를 돌보고 있는 모습을 본다. 순간적으로 팀은 작은 정신적 도약을 이루어 대략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저 사람은 엄마(Mommy)가 나를 돌보듯이 저 아기를 돌보고 있어.’ 이 결정적인 순간은 소문자 ‘m’으로 시작하는 엄마(mommy)라는 개념의 탄생을 알린다. 소문자인 이유는 이제 이 새로운 범주에 두 개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문자와 소문자를 쓰는 것은 팀의 방식이 아니라 팀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암시하는 우리의 방식이다.) 이 시점 부터는 팀이 이 개념의 다른 사례를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른 엄마가 다른 아기를 돌보는 광경을 보았을 때, 팀의 두뇌는 본인의 엄마가 본인을 돌보는 장면을 즉각적으로 떠올립니다. 유사하기 때문이고, 유추가 인간 뇌의 기본적인 작동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 광경 속에서 엄마라는 개념은 나의 엄마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엄마로까지 확장되는 것입니다. 이제 엄마라는 범주에는 나의 엄마, 저 아기의 엄마 두 개의 요소가 들어섭니다. 그리고 이후에 엄마에 관련된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엄마와 아빠의 구별, 엄마와 할머니의 구별 등) 팀의 엄마 개념은 지속적으로 수정되고 확장됩니다.

 

다시 책으로 가겠습니다.

 

팀은 계속 성장하면서 곧 “마리 퀴리는 방사능의 어머니다”, “미국 독립혁명은 프랑스혁명의 어머니다”, “미국 독립혁명은 미국 독립혁명의 딸들의 어머니다”, “유대교는 기독교의 어머니다”, “연금술은 화학의 어머니다”, “검열은 비유의 어머니다”, “여가는 철학의 어머니다”,“죽음은 미의 어머니다”처럼 더 추상적인 사례도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

 

재미있지 않나요? 사고의 본질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섬세한 통찰력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제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엄마라는 단어에서 시작해서 유추라는 원리를 통해 아인슈타인의 사고 과정을 한 계단씩 따라가는 마지막 장까지, 감탄에 감탄을 하며 읽었어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싶은 부분은 정말 많아서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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