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핸수입니다.
오늘은 날씨를 예측하려다 ‘카오스’라는 새로운 과학을 탄생시킨 애드워드 로렌츠의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그 유명한 ‘나비효과’가 어떤 개념인지, 날씨예보는 왜 딱 일주일 뒤까지만 나오는 건지 이해하게 되실거예요. 아래 모든 인용구는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에서 가져왔습니다.
코네티컷 주 웨스트하프퍼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로렌츠는 집 밖에 온도계를 설치하고 매일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을 기록할 정도로 날씨에 관심이 많았다.
로렌츠는 날씨를 예측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상해요. 우리는 행성의 운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일식과 월식이 언제 일어날지 잘 압니다. 그런데 날씨예보는 컴퓨터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에도 틀릴 때가 많아요. 로렌츠는 날씨도 다른 물리현상처럼 예측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로렌츠는 원시적인 컴퓨터를 가지고 기상 현상을 뼈대만 남을 때까지 단순화시켰다. 그럼에도 한 줄씩 인쇄되어 나오는 바람과 기온은 상당히 현실적인 것처럼 보였다.
당시는 컴퓨터가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나 봅니다. 로렌츠는 날씨방정식을 만들어 컴퓨터가 계산을 하게 했어요. 현재의 날씨(기압, 온도 등등)값을 넣으면 방정식을 통해 내일의 날씨가 계산됩니다. 그리고 예측된 내일의 날씨 값을 토대로 그 다음날의 날씨가 계산되는 겁니다.
어느 날 로렌츠는 우연히 똑같은 날씨 값을 컴퓨터에 넣고 두 번 계산을 해보게 됩니다. 오늘 날씨를 똑같이 입력했으니 내일날씨, 모레날씨도 당연히 똑같이 나와야 하잖아요.
이렇게 새로 돌린 결과는 정확히 이전의 결과와 일치해야 했다. 숫자들을 컴퓨터에 그대로 타이핑한 데다 프로그램이 바뀌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출력된 데이터를 검토하던 로렌츠는 새로운 결과가 이전의 패턴에서 매우 빠르게 벗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과 수개월 만에 모든 유사성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결과는 이상했어요. 똑같은 초기값을 넣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날씨가 달라졌습니다.
원인은 놀라운 곳에 있었습니다. 처음 데이터를 입력할 때는 0.394128처럼 소수점 6자리까지 입력을 했구요. 두 번째로 입력할 때는 이 데이터가 출력된 종이를 보고 입력을 했습니다. 종이에는 0.394처럼 소수 셋째자리까지만 쓰여 있었어요.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한 아주 작은 차이, 0.000128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날씨의 차이를 만든 겁니다.
0.394와 0.394128은 1000분의 1정도의 작은 차이입니다. 날씨 측정 장비들도 이 정도의 측정오차는 가지고 있을거예요. 이 정도 차이는 내일 날씨를 예측하는데 있어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차이의 영향이 커진다는 겁니다. 몇 개월 뒤에는 이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날씨 결과를 만들어요.
특정한 초기조건이 주어지면, 날씨는 매번 완전히 동일하게 재현되었다. 초기조건이 약간 달라지면 날씨도 약간 다르게 나타나야 했다. 수치상의 작은 오차는 한 줄기 미풍 같은 것이었다. 날씨에 중요하고 규모가 큰 변화를 일으키기 전에 분명히 사그라질 미풍 말이다. 그러나 로렌츠 방정식의 특정한 계에서는 조그만 오차가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형태의 방정식(비선형방정식)은 계산이 재귀적으로 반복되면 작은 차이가 점점 더 큰 차이로 증폭됩니다. 지리산 팔랑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 한 번이 몇 달이 지나 미국에 토네이도를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게 나비효과입니다. 그리고 내일의 날씨예보는 꽤나 정확한 편이지만 다음주의 날씨 예보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프로그램으로 저도 직접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이라는 간단한 비선형방정식입니다.
만약 처음 x값에 0.1을 넣으면 다음 x값은 4곱하기 0.1곱하기 0.9 =0.36이 되는겁니다.
그 다음 x 값은 방정식에 0.36을 대입해서 얻어지고요.
저는 1994년에 태어났습니다. 방정식에 0.1994와 0.1993 두 가지 초기값을 넣고 21번째까지 x값을 계산해보았습니다.
두 그래프는 각각 초기값 0.1994와 0.1993인 경우입니다. 처음 10번까지는 두 그래프가 함께 움직입니다. 0.0001의 차이는 10번의 계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닌 겁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고 14번 계산한 시점부터는 전혀 다른 형태의 독립적인 그래프가 됩니다.
감지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커다란 차이를 부르기 때문에 장기적인 날씨는 예측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인간의 삶 역시 우연적이고 사소한 요소들에 의해 한번씩 크게 뒤바뀌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그래서 카오스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내 연구진은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 확인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그것을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시험해본 결과, 실패한 사례는 단 하나뿐이었다.
저번에 소개드린 바라바시의 <링크>를 재미있게 읽고, 도서관에서 바라바시의 다음 책 <버스트>를 빌려왔는데요. 아직 하나도 읽지는 않았는데 첫 페이지에 우연치않게 이런 말이 있었어요.
과연 무슨 내용이 담겨있을지 ㅎㅎ 언젠가 <버스트>에 관한 포스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과학 카테고리의 이전 포스팅도 확인해주세요!
2020/08/06 - [책이 좋아서/자연과학] - 고양이의 심박수는 왜 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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