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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좋아서/자연과학

고양이의 심박수는 왜 빠를까?

by 김보이 2020.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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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집 고양이 조밀의 발

안녕하세요. 핸수입니다.

 

고양이 키워보신 분들은 다들 아실 텐데요. 고양이는 사람보다 숨을 훨씬 빨리 쉽니다. 관찰해보니 2초에 한 번꼴로 숨을 들이쉬어요. 심장은 분당 120~140를 뛴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흥미로운데요. 제가 책 <링크><스케일>을 읽고 이해한 내용을 부족하게나마 적어보겠습니다.

 

고양이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사실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1967년 하버드 대학교수인 스탠리 밀그램은 여섯 단계의 분리(six degrees of separation)”으로 알려진 개념을 상징하는 실험을 발표합니다. 미국 사회 안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연결되려면 몇 사람이나 거쳐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해답을 얻기 위한 실험이었어요.

 

예를 들어 부산에 사는 김부산 씨가 있다고 합시다. 서울에 사는 핸수는 김부산 씨를 직접적으로 모릅니다. 이제 밀그램은 핸수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를 내립니다.

부산에 사는 김부산 씨를 당신이 안다면 이 편지를 그에게 직접 보내세요. 만약 모른다면 김부산 씨를 가장 잘 알 것 같은 당신의 지인에게 이 편지를 보내세요.”

핸수는 김부산 씨를 모르기 때문에 부산에서 자란 친구 한부산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한부산은 편지를 받고 마찬가지로 김부산 씨를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편지를 전해요. 이렇게 해서 김부산 씨에게 편지가 도착하는 데에는 총 몇 단계가 필요할까요?

 

밀그램은 같은 실험을 미국 사회의 동떨어진 주에 사는 사람들에게 시행한 겁니다. 결과는 놀라웠어요. 전체 160개 편지 중 무려 42개의 편지가 목표인에게 도달했고, 거친 사람의 수의 중앙값은 5.5였습니다. 전체 인구를 생각할 때 5.5명은 아주 작은 숫자입니다. 내가 전혀 모르는 누군가와 6단계만 거치면 아는 사이가 된다는 거니까요.

 

1967년에는 지금처럼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았죠. 사람들 간의 연결관계를 밀그램의 실험 이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페이스북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16억 페이스북 유저 간의 연결이 평균 3.57 만에 가능하다고 2016년에 발표했습니다. 6단계가 아니라 4단계의 분리인 셈입니다.

참고자료 : 

http://www.bbc.co.uk/newsbeat/article/35500398/how-facebook-updated-six-degrees-of-separation-its-now-357

 

How Facebook updated 'six degrees of separation' (it's now 3.57)

If you pick any two Facebook users, it's been calculated there's an average of 3.57 "degrees of separation" between them.

www.bbc.co.uk

 

여기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만약 인구가 10배로 늘어나면, 사람들 간의 연결 횟수는 몇 회가 될까요? 인구가 10배 늘어났으니 사람들 간의 평균 거리도 똑같이 10배가 늘어나 35.7명이 될까요?

 

직관적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10억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도 겨우 3~4명만 거치면 아는 사이가 되는데, 100억 명이라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요. 실제로도 연결 횟수는 인구의 log값에 비례해서 대략 1회 증가할 뿐입니다. 연결망의 부피는 10배가 증가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가까운 거리로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세계는 생각보다 좁고, 부피가 커질수록 연결망은 더 효율적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 이야기로 드디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저희 집 고양이의 몸무게는 5.8kg이고 제 몸무게는 58kg입니다. 정확히 10배차이입니다. 대략적으로 말해서 제 몸의 세포 수가 고양이에 비해 10배 더 많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밀이 5.8kg이 아니라 0.58kg 이던 시절

 

그럼 제 몸은 그 무게가 10배 인만큼, 고양이에 비해 10배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까요? 저는 과연 고양이가 먹는 칼로리의 10배를 섭취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세포들은 다른 세포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몸은 단순히 세포들의 선형적인 합이 아니라 그것들의 네트워크인 것입니다. 전체 인구수가 10배 증가할 때 사람들 간의 연결고리는 아주 약간만 증가한다는 것 기억하시지요. 네트워크의 부피가 커질수록 효율성이 증가하는 것은 복잡한 네트워크들의 공통적인 특성입니다.

 

물론, 필요한 에너지 대사량이 페이스북의 연결 횟수처럼 아주 조금만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부피의 증가 정도와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만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동물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칼로리)는 무게의 3/4제곱에 비례하고, 쉽게 말해서 몸무게가 10배 늘어나면 대사량(칼로리)5배 늘어날 뿐입니다. 저는 고양이보다 10배 더 무겁지만 칼로리는 약 5배만 더 필요로 하는 겁니다. (주의 : 3/4제곱과 10배,5배의 수치는 전체 동물 종 사이의 관계 그래프를 통해 얻어진 수치로 고양이와 인간 두 종만 비교할 경우에는 어느 정도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스케일>에 적힌 제프리 웨스트의 설명을 보시죠.

 

따라서 체계적으로 예측 가능한 정량적인 방식으로, 생물이 더 커질수록 조직 1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세포 하나가 1초당 생산해야 하는 에너지는 더 줄어든다. 개의 세포보다 당신의 세포가 덜 열심히 일하지만, 당신의 세포보다 말의 세포가 덜 열심히 일한다. 코끼리는 쥐보다 약 1만 배 무겁지만, 유지해야 하는 세포가 약 1만 배 더 많음에도 대사율은 겨우 1000배 더 높을 뿐이다. 따라서 코끼리의 세포는 쥐의 세포보다 약 10분의 1의 속도로 활동하며, 그에 따라 세포 손상률도 줄어들고, 수명도 더 늘어난다.

 

고양이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겁니다. 모든 동물 종간에는 무게에 따른 규칙적인 신체변화가 있는 겁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동물일수록 세포 하나당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줄어듭니다. 에너지의 생산은 혈관을 통해 전달되는 산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산소의 유입은 숨 쉬는 속도, 심박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따라서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질량 대비 필요한 대사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심박수와 호흡 속도도 같이 줄어드는 겁니다. 햄스터의 심장박동은 분당 450, 사람은 60, 코끼리는 30번인 이유가, 우리 집의 동물친구들이 그렇게 빨리 숨 쉬는 이유가 이제 이해가 되시나요?

 

오늘은 글이 무척 길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여기까지 오기 전에 뒤로 가기를 누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ㅎㅎ 스탠리 밀그램의 여섯 단계 분리 실험은 바라바시의 책 <링크>를 동물 종 간의 심박수는 제프리 웨스트 책 <스케일>을 참고했습니다. 둘 다 복잡계와 네트워크 과학에 있어서 선구적인 연구결과를 담은, 어렵지만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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