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면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어떤 기술이 산업을 지배할 것인지, 그 기술로 인해 생활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주로 다루는데요.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정확할까요? 시간이 흘러 지금의 미래예측들을 되돌아보면 맞은 것과 틀린 것이 얼마나 될까요?
오래전 출판된 책을 읽다가 현재 시점인 2020년에 대해 예측한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링크>는 과학분야의 고전적인 책입니다. 저자인 바라바시 교수는 복잡계 이론의 창시자입니다. 2002년에 나온 책인데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319쪽)
앞으로 20년 후에 이러한 일들은 꽤 달라질지 모른다. 의사와 가벼운 감기에 걸린 것처럼 5분 정도 면담한 후, 당신만을 위해 특별히 제조된 주사를 맞은 후 간단히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약은 저녁 때 가까운 약국에서 찾으면 된다. 다음 날 아침이면 상쾌하게 일어나 행복해질 것이고, 당신의 병은 이미 사라져 있다. 조울증과 우울증 모두 말끔히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2020년까지 이러한 의료계의 혁신적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면, 어린이들은 목이 아프다고 의사를 찾아갈 필요도 없다. 엄마가 간단한 의료도구를 이용하여, 인후염이라 진단할 수 있고, 목의 긴장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엄마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의사에게 이메일을 쓰고, 아이가 학교에 가면, 약이 양호실에 도착하게 되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어린이가 복용한 약은 그의 몸에 있는 유해하거나 무해하거나 상관없이 모든 항생물질을 무차별하게 공격하는 그러한 약이 아니며, 또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항생제 남용에 의한 내성이 증대되는 것을 최소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 글이 마치 지금 쓰여졌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2020년 현재에도 20년 후에는 의학이 발전해 위 글과 같은 SF적인 시스템이 구축될 거라는 예측이 존재하잖아요. 소형 진단기기로 집에서 진단을 하고 원격으로 의사와 상담하며 집으로 약이 배달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조울증과 우울증 환자는 여전히 많이 존재합니다.
제임스 글릭 <카오스>에 있는 아래 내용이 생각났는데요.
1950~60년대는 기상 예측을 놓고 비현실적인 낙관론이 팽배한 시대였다. 신문과 잡지들에는 기상학이 단순히 날씨를 예측하는 것만이 아니라 날씨를 조정하고 통제할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했다. (중략) 사람들은 인간사회가 날씨의 혼란스러움에서 해방되고, 기상의 희생자가 아니라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오데식 돔이 옥수수 밭을 덮고, 비행기가 구름을 만들 것이며, 과학자들이 비를 내리고 멈추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도 초등학생 때(2000년대) 과학의 날 행사? 였는지 언제였는지, 미래 사회를 상상해서 쓰라고 해서 날씨를 사람이 통제하는 이야기를 썼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습니다.
<카오스>는 1987년에 나온 책인데요. 오래전인데도 불구하고 먼 훗날의 날씨를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2020년에 이르러서도 일주일 뒤에 비가 내릴지 아닐지를 알 수 없는 것을 보면 그 말이 사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과거에 존재했던 미래예측을 되돌아보면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사람은 지금까지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무엇을 할 수 없었는가?
사람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없을 것인가?
제 협소한 지식으로 생각해보건데, 사람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자연적 시스템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데에는 아직 성공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제시스템, 신체와 건강, 뇌, 생태계와 먹이사슬, 날씨. 바이러스의 전파 같은 것들이요.
언젠가 아래의 시스템들이 가능해지는 날이 올지 궁금해집니다. 이것들은 서로 다른 질문이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것들이 아닐지.
- 예측 불가능한 경제위기가 오지 않는 사회
- 약 한 알로 부작용 없이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학기술
- 뇌에 전극을 꽂아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전달하기
- 지구적 온도변화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예측하기
- 한 달 뒤 날씨를 예측하기
-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예측하기
그나저나 오늘 등장한 두 권의 책 <카오스>와 <링크>는 정말정말 좋은 책입니다. 평소 <코스모스>나 <이기적 유전자>같은 과학서적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이 두 권도 추천드립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을 때 처럼 세상을 보는 관점이 하나 더 생기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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