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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좋아서/소설

글 잘쓰는 방법, 이것 하나만 꾸준히 해보자

by 김보이 2020.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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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핸수입니다.

글쓰기, , 프로그래밍 등등 잘 모르던 한 분야를 새로 배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돈들이지 않고 가장 효과적으로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 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보고 무작정 따라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의 쉐도윙 공부법, 프로댄서의 안무를 따라해보기, 프로그래밍에서 다른 사람의 코드를 따라해보기가 모두 같은 맥락입니다.

 

저도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글쓰기에 이 방법을 적용해봤는데요. 순서는 이렇습니다.

  1. 본인이 느끼기에 잘 썼다고 느껴지는 책을 고릅니다.
  2. 세네 문장으로 구성된 한 문단을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외워봅니다.
  3. 책을 보지 않고 외운 문장들을 적습니다.
  4. 내가 쓴 것과 원문을 비교해서 뭐가 다른지, 작가는 왜 그렇게 썼을지 생각합니다.

 

제가 고른 책은 김영하 작가님의 <살인자의 기억법> 입니다. 치매 걸린 연쇄살인범의 독백이 주인 소설인데요. 문장이 강렬해서 감탄을 멈추지 않았던 책입니다. 아래는 소설의 두 번째 문단입니다.

 

원문

 

일지를 썼다. 냉철한 복기, 뭐 그런 게 필요했던 것 같다. 잘못했는지, 그래서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적어놓아야 뼈아픈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수험생들은 오답노트를 만든다. 나 역시 꼼꼼하게 내 살인의 모든 과정과 느낌을 기록했다.

 

저는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일지를 썼다. 냉철한 복기, 뭐 그런게 필요했던 것 같다. 무얼 잘못했는지, 그래서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적어놓아야 뼈아픈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수험생들은 오답노트를 만든다. 나 역시 꼼꼼하게 살인의 모든 과정과 느낌을 기록했다.

 

원문과 다른 부분을 진하게 해 놓았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이 방법이 단지 글쓰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책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독서법이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문단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요.

 

원문 : 나 역시 꼼꼼하게 내 살인 모든 과정과 느낌을 기록했다.

: 나 역시 꼼꼼하게 살인 모든 과정과 느낌을 기록했다.

 

원문은 살인의 모든 과정과 느낌이라고 쓴 반면 저는 그냥 살인의 모든 과정과 느낌이라고 기억했어요. 그런데 제가 기억한 문장도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원문보다 평이한 느낌이에요.

 

작가는 왜 살인이라고 썼을까요, 원문과 제 문장을 여러 번 비교하며 읽어봤습니다. 뉘앙스가 확실히 다릅니다. 원문에서 연쇄살인범 화자는 본인의 살인을 중요한 업적 또는 소유물로 생각하는 어조입니다. 그냥 살인이 아니라 나의 살인인 것입니다. 제 문장에 비해 살인 경험에 더 몰입하고 집착해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전체 글에 더 강하고 섬뜩한 분위기가 생깁니다.

 

그저 한 글자 차이입니다. 그냥 흘러가듯이 읽었을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세 번째 문장에서도 글쓰기의 기본적인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은 그래서 어떤 기분’ 인 반면 저는 그래서 어떤 느낌’ 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에 느낌이라는 단어가 또 한 번 등장하거든요. 한 문단 안에서 똑같은 단어를 반복 사용하지 않는 겁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으로 똑같이 해보았는데요. 아래 문단에서도 같은 단어를 반복 사용하지 않는 게 보입니다. 이번에는 그냥 원문만 적겠습니다.

 

쇼코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주 상냥하게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처음 교실에서 쇼코가 수줍어하는 표정을 봤을 때처럼 나는 쇼코의 웃음에서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쇼코는 정말 우스워서 웃는 게 아니라, 공감을 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포즈를 취하는 것 같았다.

 

미소, 표정, 웃음, 포즈. 맥락상 거의 같은 의미를 지닌 단어가 이렇게 여러 형태를 띠고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더라고요. 섬세함에 놀랐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어쩌다 보니 소설 관련 글만 늘어나고 있는데... 조만간... 과학 쪽 글도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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