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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좋아서/자연과학

버스트, 올해 읽은 최악의 책

by 김보이 2020.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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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핸수입니다,

오늘은 엄마와 제 시간을 허공을 날려버린 책을 소개해드릴게요.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의 <버스트>입니다.

저는 바라바시의 <링크>를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책도 재미있겠거니 하고 <버스트>를 읽었어요. 실수였습니다.

 

어떤 작가의 첫 번째 책에 큰 감동을 받고 두 번째 책을 읽는다면 거의 틀림없이 실망할 것이다.’

는 독서 진리를 따르지 않은 게 잘못이었습니다.

 

책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별 문제 없이 독서를 마친다면, 책을 덮을 때쯤 여러분은 자신이 자발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훨씬 더 예측하기 쉬운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는 별 문제 있이 독서를 마쳤나 봐요. 인정할 수 없었답니다.

 

곧이어 이런 문장도 나오는데요.

내 연구진은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 확인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그것을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시험해본 결과, 실패한 사례는 단 하나뿐이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문장입니다. 책을 다 읽어봐도 이 문장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찾을 수 없었어요. 인간의 위치 이동 패턴을 예측하는 내용이 잠깐 나오기는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집과 직장 정도를 규칙적으로 왔다갔다 하고, 따라서 사람의 위치는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요. 이걸 가지고 인간의 행동 대부분을 예측할 수 있다는 어조로 말하다니요. 별 문제 없이 독서를 마친다면 위 문장이 과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책을 읽다가 재미가 없으면 읽기를 중단해 버리는 편입니다. 이 책은 재미가 없었지만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어요. 저런 문장들 때문입니다. 뒤에 가면 무언가 있겠지, 지금까지는 난수발생기처럼 마구잡이로 온갖 내용이 튀어나왔지만 마지막 장에서는 이 모든 걸 한 가지 통찰력으로 묶어 , 그래도 마지막은 좋았어.’생각이 들게 끔 해주겠지.

 

아니었어요.

 

몇몇 소 챕터의 마지막 문장들을 볼게요.

 

7: 어째서 우리는 인간 행동의 가장 단순한 패턴조차도 예측하지 못할까? 경제는 물론이고, 여행이나 웹 브라우징 패턴조차도 말이다. 다음 장부터 그 답들을 찾아 나가자.
10: 그러니까 인간의 행동은 사실상 예측 불가능하고, 일회적이고, 결정 불가능하고, 예견 불가능하고, 불규칙하다는 것이다. 이 가정에는 문제가 딱 하나 있다. 틀렸다는 점이다.
12: 다음 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일단 우선순위가 관여하기 시작하면 무작위성은 당장 사라진다. 대신에 그 자리에는 폭발성이 들어선다.
21: 그러니 미래를 들여다보려면, 우리는 먼저 과거로 가보아야 한다. 다음 장에서 우리는 그렇게 과거로 가볼 것이다.
23: 바야흐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건들이 펼쳐질 시점이 왔다. 어서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책 제목인 bursts, 폭발성은 각 장의 마지막 문장에 어울리는 제목입니다. 마지막 문장은 끊임없이 이렇게 말합니다.

다음 장부터 폭발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거야. 절대 덮지마.”

한 페이지만 넘기면 대단한 내용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번 장도 분명 별로였는데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다음 장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 하는 수 없이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그렇게 넘기고 넘기다보면 결국 얻은 것 하나 없이 마지막 페이지가 나오는 책.

<버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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