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몸이 심하게 안 좋아졌을 때, 제게 치료란 '병원에 가서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전부였어요.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안했습니다.
한의학? 그거 비과학적인 것 아닌가?
영양제? 식이요법? 이런 건 시간만 오래 걸리고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도 잘 모르는 것 아냐?
운동? 명상? 난 활동도 나름 많이 하고 스트레스는 안 받는데?
각각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막연히 회의적이었습니다.
3년간 병원을 수십 곳 돌아다녔습니다. 제 증상에 적용할 수 있는 의학적 치료법 수십 가지를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의사선생님들을 찾아가 이것저것 처방받고 싶다고 떼를 썼고, 그럼에도 효과는 없었고, 몸은 계속해서 안 좋아졌습니다.
이 때 Jennifer Brea의 TED강연을 보고 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나요. 나랑 똑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세상에 많구나. 아파 죽겠는데, 병원에 가면 무슨 병인지 진단조차 안 나오고, 이상한 방법을 시도하다 괜히 악화되기나 하고. 쓰면 쓸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몸은 점점 안 좋아지고.
더 이상 시도할 방법도 없었어요. 그리고 2년 전, 일이 터졌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깼는데 눈이 아팠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전날까지 제 눈은 ‘컴퓨터를 보면 아픈 눈’, ‘형광등 아래 있으면 아픈 눈’, ‘책을 볼 수 없는 눈’ 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부터는 ‘눈을 뜨기만 해도 아픈 눈, 뜰 수 없는 눈’이 된 거예요. 이제는 병원에 가고 싶어도 집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딱 그 주에 <플랜트 패러독스>라는 책이 한국에서 출간되어 건강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여자친구의 아버지께서 마침 그 책을 읽으셨고, 여자친구가 내게 읽어보라고 해주었고, 책을 좋아하던 평소 습관 덕분에 저는 그 책을 읽었습니다.
책이 저한테 주는 메시지는 이거였어요.
“여기서 말하는 대로 먹어봐. 네가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지만 분명 효과 있을거야.”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효과는 정말로 있었습니다. 통증을 표면적으로 완화하는 방법은 몇 차례 찾은 적이 있지만, 증상이 근본적으로 나아진 것은 처음이었어요. 식이요법은 몇 달, 몇 년 동안 해야 되는 것도 아니었어요. 저는 식단을 시작하자마자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책들에서도 ‘첫날부터 혹은 며칠안에 효과를 볼 것이다’ 라고 쓰여있었고요.
저조차도 책에서 읽었다면 ‘음, 이건 과장된 사례거나 거짓말이거나 플라시보야’라고 생각들법한 경험을 했습니다.
- MCT 오일을 두 숟가락 먹으면 10분 안에 눈, 목, 팔 전 부위의 통증이 줄어들었습니다.
- 바뀐 식단에 적응하여 궤도에 올라탄 이후, 식단을 조금만 바꿔도 몸 상태가 하루 이틀 안에 달라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 쌀밥이나 호박고구마 같은 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면 30분 안에 어깨가 뭉쳤습니다. 5차례 이상 반복 확인했습니다.
- 저칼로리 식사를 2~3일 지속하면 곧바로 아픈 부위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 몸이 좋아지는 날은 제 몸에 있는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좋아졌습니다. 탈모부위에서는 머리카락이 났고, 아픈 부위 여러 곳의 통증이 동시적으로 줄었습니다.
- 햄프시드를 먹은 2일을 제외하고는 2년 동안 설사를 전혀 하지 않았고, 제가 기억하는 한 생애 최초로 2년 연속 감기에 걸리지 않았고, 중학교 때부터 오래 앉아 있으면 아파오던 골반 근육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고, 추운 날씨에도 더 이상 콧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쌀밥 대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주식으로 먹고, 매끼니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를 한 그릇 이상 먹습니다. 매일 아보카도를 먹고, 온갖 야채와 버섯을 먹고, 생선과 해산물을 먹어요. MCT오일과 단 맛이 거의 없는 고구마, 호두와 마카다미아를 먹습니다.
쌀과 밀가루, 곡물, 설탕은 전혀 먹지 않고요, 토마토, 가지, 호박, 감자를 먹지 않고, 콩은 발효했거나 압력조리 한 것만 먹습니다. 아보카도와 레몬을 제외한 과일도 먹지 않아요.
저는 소위 키토제닉 또는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라고 부르는 식단을 따르고 있습니다. 버터를 많이 먹고 고기를 저보다 많이 먹는 저탄고지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제 식단도 저탄고지는 저탄고지입니다.
식단을 따르고 효과를 보는 과정이 말처럼 쉽거나, 기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몸 상태가 끝없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했습니다. 오늘은 왜 나빠졌을까, 뭘 잘못 먹었을까, 내일은 이렇게 먹어볼까, 이 과정을 1년 반 동안 반복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안정적인 회복 궤도에 올라탄 것 같습니다.
대다수 사람은 잡곡밥과 콩이 몸에 좋다고 믿고 소수의 사람들은 기름이 몸에 좋다고 믿습니다. 키토제닉은 대다수의 믿음보다 소수가 믿음이, 적어도 저 한사람에게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 알려줬어요. 덕분에 다른 비주류 분야에 대해 막연히 가지던 회의적인 시각도 사라졌습니다. 직접 파고들어 몇 년 동안 해보면 각각에서 심오한 세계를 발견하게 될지 어떻게 알겠어요.
식단이고 운동이고 삶에 도움될만한 게 있다면 저는 무엇이든 앞으로 꾸준히 공부해나갈 것 같습니다. 머리로만 말고 몸으로 직접 테스트해가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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