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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핸수입니다.
정세랑 소설 『시선으로부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입니다.
pp.219~221
강연을 다니다보면 질의응답 시간에 많은 부모들이 물어옵니다. 자녀가 예술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싶어하는데 어떡하면 좋으냐고요.
(중략)
자기 자식이 어떤 성품인지 다 아실 테니 재능이 있고 없고를 떠나, 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해칠 것 같습니까? 즐겁게 그리고 쓰고 노래하고 춤추는지, 하지 않으면 괴로워서 하는지 관찰하십시오. 특히 후자라면 더더욱 인생의 경로를 대신 그리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런 아이들을 움직이는 엔진은 다른 사람이 조작할 수 없습니다. 네, 다른 사람입니다. 부모도 결국 다른 사람입니다. 세상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걷어내주시기야 해야겠지만, 가능성이 조금 번쩍대다 마는지 오래 타는지 저가 알아서 확인하도록 두십시오.
공감가지 않나요? 가고 싶은 길이 뚜렷한 사람에게, ‘그 길 아니야’ 하고 말하는 게 정말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일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실제로 그 길이 실패할게 뻔한 길이라 해도요.
하고 싶은 게 뚜렷하다면 성공과 실패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나만의 방식으로 시도하면서 ‘아 이거는 안되는구나’ ‘이렇게 하면 될 수도 있겠는데?’ 이런 걸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 병을 치료하려고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했거든요. 대학을 더 이상 다니기 힘들 정도로 몸은 심하게 안 좋은데, 병원 어디를 가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어요. 수년간 병원을 수십 곳 돌아다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도는 온갖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거의 다 실패였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았어요. 끝까지 하다 보면 방법이 찾아지는구나, 전문가라고 다 맞는 말만 하는 건 아니구나,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하구나. 어느 책엔가는 있을 법한 말들이지만 경험으로 이런 걸 깨닫는 건 느낌이 또 다르잖아요.
만약 제 병이 처음부터 쉽게 나았다면 지금의 저는 훨씬 어리숙한 사람일 거예요.. 이 글도 없었을 거고요.. 지금만큼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속으로 꿈꾸며 살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 솔직한책리뷰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문학동네, 2020, 총 340p
- 재미 : 재미있습니다. 추리소설처럼 긴박한 장면은 없지만.
- 감동 : 감동적이기보다는 경쾌한 소설입니다.
- 속도감 : 빠른편입니다.
- 깊이 : 깊기도 하고 가볍기도 하고
- 난이도 :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어요.
- 신선함 : 새로워요. 정세랑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면 더더욱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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