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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좋아서/에세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내 이야기 같았다

by 김보이 2020.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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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핸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조금 오래된 책인데요. 집 책꽂이에 제가 어릴 때부터 꽂혀있던 책은 출판사가 세종서적입니다. 초판 1쇄가 1998610일로 적혀있습니다. 지금 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요즘에는 살림출판사에서 미치 앨봄 신작 소설과 더불어 판매가 되고 있네요.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실화입니다. 루게릭 병을 진단받고 죽음을 앞두고 있는 교수 모리가 제자인 유명 방송가 미치 앨봄과 대화를 나눈 내용을 바탕으로 엮은 책입니다.

 

루게릭 병은 빠른 속도로 신체가 한 부위씩 점차 마비되어가는 병이고, 마비가 폐에 이르면 숨을 쉬지 못해 죽게 됩니다. 책 속에서 미치 앨봄은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마다 모리를 만납니다. 그리고 죽기 전 마지막 수업이자 대화를 하게 되는데요. 매주 눈에 띄게 모리의 건강이 악화되는 게 느껴집니다.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느껴졌어요.

 

제가 이 책을 더 감명 깊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저도 어떤 측면에서 모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래는 책 속에서 모리가 한 말인데요.

 

내 감정은 이렇게 움직입니다. 친구나 아는 사람이 찾아와줄 때면 기분이 매우 좋아집니다. 사랑하는 관계가 나를 지탱해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낙심하는 날도 있습니다. 속이고 싶지 않아요. 병이 진행되고 있음을 깨달으면 더럭 겁이 납니다. 손을 쓰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말을 할 수 없게 되면 어쩐다?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크게 걱정하진 않아요. 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섭취하면 또 어떻습니까? 하지만 내 목소리는? 내 손은? 그것들은 나의 중요한 일부거든요. 목소리로 말을 합니다. 또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구요. 사람들과 손과 말로 마음을 나누는데......”

 

더 이상 말을 못하게 되면 어떻게 타인과 마음을 나누시겠습니까?” 코펠이 물었다.

모리 선생님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아니오로 답할 수 있게 물어봐달라고 부탁하겠지요.”

 

, 저도 마찬가지 경험을 했습니다. 죽는 병은 아니었지만요.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한 군데씩 망가져갔어요. 처음에는 눈이 아파서 컴퓨터나 전자기기를 볼 수 없게 됐고요.. 또 시간이 지나자 형광등에도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부터는 목이 너무 아파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2년 정도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살았어요. 말을 못하다 보니 손이 유일한 소통수단이 되었습니다. 종이에 글씨를 써서 대화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손까지 아파진 날이 왔습니다. 저는 실제로 모리가 상상한 대로 했습니다. 예나 아니오로만 대답해야 했어요..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게,, 정말 불편하더라고요.

사람들은 흔히 눈이 목소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눈과 목 중 한 군데만 아플 수 있다면 눈을 선택할 거예요.. 눈은 안 보면 그만이거든요. 하지만 나를 표현할 수 없다는 건, 목소리를 잃는다는 건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또 한 가지 제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저에게,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상당한 적응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심하게 아프면 매일 기분이 안 좋고 살기 힘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적응이 됐습니다. 그런데 끝내 적응할 수 없는 게 있었어요. ‘아픔’말고 ‘아파짐이 그랬습니다. 갑자기 증상이 더 심해졌을 때, 한 단계 더 추락했을 때 그런 날은 정말 기분이 안 좋습니다.. 모리가 한 말과 정말 비슷해요. 저는 몇 달에 한 번 꼴로 몸이 안 좋아졌지만, 모리는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안 좋아졌으니 어떤 기분이었을지...그런 상황에서 밝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딛고 제가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이제는 제 팔로 이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몸이 나아진 것은, 모리가 말했듯 사랑하는 관계가 저를 지탱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관계에 있어서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주셨어요. 이 분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물리적으로도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었겠지만 심적으로도 훨씬 불안정한 나날을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도 이어서 모리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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