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 좋아서/동화

어린왕자 명대사로 어린왕자의 나이를 맞춰보자

by 김보이 2020. 8. 19.
반응형

어린왕자는 몇 살일까? 어린이왕자? 어른왕자? 노인왕자?

 

안녕하세요. 핸수입니다.

어린왕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5번 정도를 읽었는데요.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문장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흔하지 않은 책입니다.

 

5번째 읽을 때 문득 어린왕자의 정신연령은 몇 살쯤 될까?라는 질문이 떠올라 여기에 초점을 맞춰 읽어봤어요. 제가 내린 엉뚱한 결론은 어린왕자가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라는 건데요. 어린이, 어른, 노인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 어린이왕자

작품 속 어린왕자가 어리다는 설정을 가진 이유는 아마 어른 독자들에게 어린이의 순수함을 상기시키기 위함일 겁니다. 하지만 책에 묘사된 어린왕자의 어린이스러움철들지 않은 아이의 부족한 모습이 아닙니다. 오히려 철든 어른에게 당신들이 잘못생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른보다도 어른스러운 장면이 많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아래 장면은 조금 의아합니다. 역자는 베스트트랜스, 출판사는 더스토리에서 출판한 어린왕자를 참고했습니다.

그는 내게 수많은 질문을 했지만 내가 묻는 말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았다.

어린왕자가 상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질문만을 계속하는 장면이 책에 여러 번 나오는데요. 대답보다 질문을 좋아하는 게 어린아이와 꼭 비슷합니다. 상대가 뭘 묻던 크게 신경쓰지도 않아요. 책 속 많은 부분이 성숙하고 주관이 뚜렷한 아이라는 인상을 주는 반면 이 부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어린아이처럼 느껴졌어요. 아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너의 여행 이야기는 참 아름다워. 하지만 난 아직 비행기를 고치지 못했고, 마실 물은 이제 한 방울도 남지 않았어. 우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니.”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내 여우 친구는.....”
꼬마 친구! 지금은 여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요?”
우린 곧 목이 말라 죽게 될지도 모르거든.”

 

 

2. 어른왕자

이번에는 어린이왕자가 아니라 어른왕자입니다.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것이 괜찮을 때도 있지만 바오밥나무를 그런 식으로 관리했다간 후에 엄청난 재앙이 뒤따르거든요.

제 생각에 보통의 어린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아요.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건 나빠요. 바오밥나무를 그렇게 관리하면 안돼요.”

할 일을 미루는 습관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고 어린왕자는 말합니다. 대부분의 결정과 습관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건 어른들도 자주 놓치는 부분이잖아요.

나는 꽃에게 물을 주고 가꿔요. 화산도 세 개나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청소를 해요. 불이 꺼진 화산도 청소를 해야 해요.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으니까요.

해야할 일을 규칙적으로, 또 자발적으로 하는 것도 어른스러운 부분이구요.

어느 날에는 해 지는 모습을 마흔네 번이나 보았어요.”
잠시 후 너는 말을 이었다.
아저씨도 알거예요. 누구나 몹시 슬픈 날에는 해 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걸요.”

어린왕자는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볼 줄 알고,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줄도 압니다. 슬픈 감정을 털어놓는 건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어려운 일입니다. 어린왕자는 슬픈 감정을 이야기하면서도 상대를 슬프게 만들지 않았어요.

 

3. 노인왕자

어린왕자는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철학이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서둘러 급행열차에 오르지만 정작 자신들이 무엇을 찾는지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늘 분주하게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에요.”
어린 왕자는 덧붙여 말했다.
아무 소용없는 일인데 말이에요.”

어린왕자가 여행하며 만난 모든 사람은 소위 이상한 어른들입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혹시 내가 이상한건가?’ 생각이 들 법도 한데요. 어린왕자는 단호박입니다. 모든 어른이 이상하다고, 잘못되었다고 말해요. 아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저씨의 별 사람들은 한 정원에 장미를 5천 송이나 가꾸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해요.”

이렇게 생각을 확신하는 대사가 많습니다.

 

어린왕자는 때로 어리고, 때로 어른스럽고, 때로 어른을 넘어서 있습니다. 나이를 특정짓기가 어려워요. 모든 연령대를 포함하면서 또 어느 연령대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지구인과는 다른, 말그대로 소행성 B612호에서 왔다는 설정이 정말 잘 어울려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 책을 좋아하고, 시간이 흘러도 어린왕자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요.

 

아저씨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때 그 별 중 하나에 내가 살고 있을테니 말이에요. 또 내가 그 별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 아저씨는 모든 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러면 아저씨는 미소 짓는 별을 갖게 되는 거잖아요.”

반응형

댓글